Cherry Min
질문 #3 총기 난사 사건 / 그들은 어떻게 매스슈터가 되었는가.
최종 수정일: 2022년 12월 25일
총기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우리의 일상은 과연 저 멀리 미국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과도 무관한 것일까.

이제 막 11살 소년이 된 나의 아들은 총기에 매우 관심이 많다.
세상의 모든 끔찍한 것들과 관련된 권력에 지대한 흥미를 느낀다.
법과 형벌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몹시 궁금하며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파워를 얻기 위한 방법들을 다양하게 모색 중이다.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은 비단 어린아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미국의 미 비영리단체 ‘총기 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해 미전역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은 총 309건,
누적 사망자는 1만 60명에 달한다.
미국 CNN방송 2022/9/2일 자에 따르면 이제 막 개학을 한 미국 초등학교에서 만 4세, 7세 아이들이 집에 있는 총기와 탄창을 가지고 등교해 그들의 부모가 아동 방임, 무기 방치 죄로 체포되었다.
지난 5월만 해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가 일어나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21명이 숨졌다. 이후 미국에서는 현재까지 총기 규제, 경찰 대응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아베 신조를 암살한 범인은 직접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범인의 사용한 총기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을 계기로 3D 프린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다.
총기 난사는 평범한 개인의 일상과 무관해 보이므로 하나의 가십거리로 치부될 수 있지만, 피가 난무하고 총기를 자유롭게 휘두를 수 있는 게임에 열광하는 11살 소년은 이제 내가 보살펴야만 하는 존재이다.
더 이상 나와 전혀 연관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어 가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생존 본능 의식과 힘에 대한 열망은 자연법칙에 따른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우리는 모두 개인 역량의 범주 안에서 그 힘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성공하는 길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한된 지역 안에서 총기 난사 건수가 줄었다는 수치로 그 효과를 증명하지만, 위험은 완전히 사라졌는가.
결국 총기 규제에 관해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건 특권을 가진 사람들뿐이다.
안전을 위해 시행되는 모든 대안은 그저 응급 처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위험천만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안전과 평화를 느끼며 개인의 행복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1982년에서 2019년 사이의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에서 살아남은 35명의 가해자를 상대로 정신과 평가를 수행 한 결과,
그들의 대다수 무려 87.5% 가 정신 질환을 오진하여 잘못 치료했거나 진단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5명 중 18명이 가장 압도적으로 흔한 진단을 받은 병명은 정신 분열증 (조현병)이었고
연구자들은 그들에게서 기분 장애, 망상 장애, 중증 인격 장애, 물질 관련 장애 및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포함한 정신 질환을 발견했다.
그들 중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적절한 약을 복용하거나 치료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학살 사건 이전의 많은 청소년이 ADHD 또는 불안 우울장애, 자폐아 스펙트럼(ASD)으로 오진 되었다.
이는 2022/8/30 일자 PsycohogyToday에 게재된 연구 결과 내용을 근거로 한다.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는 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소외되거나 따돌림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이들은 오랜 시간 방치되거나 학대를 겪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고 이 세상에 설 자리가 없다고 느꼈으며. 매우 지능적이어서 정신 질환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신병을 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폭력성을 촉발시킬 매개체가 삶의 위기로 치닫을 때까지 말이다.
그들은 어째서 정신병을 숨겨야만 했을까?
가족이라고 해도 개인의 병을 치료해 줄 수는 없다.
물리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가족들에게 간병이라는 짐을 지게 하고 심리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가족들에게 감정적 전이라는 짐을 지게 한다.
그렇다고 그들을 고립된 상태로 방치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그대로 두면 죽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부적 형상에만 중점을 두는 우리 사회의 접근 방식은 내부에 문제를 가진 이들을 잔꾀나 부리는 성격적 결함을 가진 이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돈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업적 가상 세계, 즉 혼자 갇혀 지낼 곳을 은밀히 제공한다.
약점을 드러내면 피해자가 되는 세상에 갇혀 고립감을 느끼는 그들의 분노는 커져만 간다.
그리고 그들은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는 판단력을 잃고 만다.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그들이 속해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 안에서 그들이 이해받도록 돕는 것이다. 수많은 규범을 다시 만들고 타협하고 수정하는 절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인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간관계야말로 해결책의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정신질환 혹은 병을 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우리 사회.
어떻게든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좋은 것만을 선호하는 우리 사회.
그래서 무엇보다 돈이 중요한 이 사회는 결국 돈이 건강과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큰 일조를 한다.
평생 병에 걸리지 않고 행복한 일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걸까?
나 혼자만 병에 안 걸리면 되는가.
개인의 행복은 사회와 타인과의 상호작용 안에서 성립된다.
우리가 병이라 일컫는 것들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알아야 하는 탐구 과정의 하나일 뿐. 그것이 어떠한 개인을 정의하는 용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병이 무섭다고 피해 버리거나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결코 자기 행복에도 다가갈 수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병을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들 주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문제를 어떠한 가치 판단의 기준 아래 두지 않는 것,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용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직접적으로 그들을 돕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by 체현 쌀롱.